조선사회의 "행정제도"와 "행정기술".(2019.9.22.) 독서록

흔히 조선왕국(朝鮮: 1392 - 1897.)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입니다. 사색당쟁(붕당.) 비실용적 정치인식(예송논쟁.), 사대주의(사대교린), 쇄국정책 등이 결국 사회의 발전을 방해하였고 근대화에 실패한 원인이 되었으며, 일제강점기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견해가 틀린 것은 아닙니다. 명백히 "근대 유럽의 유산"에 대한 인식과 도입이 "사회적 차원"에서 소극적이었으며(몇몇 지식층에 의해 그 필요성이 언급되었음에도.) 세계에 대한 인식의 개선 다시 말씀드려 중화사상을 탈피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미비하였던 것이 서시 19세기 후반 한국사회의 상대적 낙후로 이어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조선의 이런 모습에 대한 다른 견해도 있으며, 극단적인 견해로 평가받지만 이른바 "자본주의 맹아론"등에서 언급되는 조선사회의 가치의 재인식의 시도가 이루어지기도 하였습니다. 개인적인 견해로, 이 자본주의 맹아론은 우선 서기 18세기 전후 조선사회의 "변화"를 과장한 측면이 있어 그것을 경계해야하지만, 서기 1876년 이전의 조선사회를 조선초중기의 사회와 천편일률적으로 인식하는 선입견을 극복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서적 『하멜표류기』의 「조선국에 대한 기술」에는 하멜이 조선에 체류한 기간(1653 - 1666.) 중 조선의 각 사회적 영역에 대한 서술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대체적으로 군사부문 및 종교(이데올로기), 그리고 형벌에 대한 언급이 상세한데, 이는 하멜이 조선에 체류한 13년의 기간중 3년은 조선정부의 관료로써, 10년은 남원, 여수, 순천 등에서 유배생활을 하였던 영향이라고 생각하며, 하멜이 생존한 당시 유럽사회가 그리스도교의 권위가 존재하던 시기로써, 조선사회에서 신봉되던 종교이데올로기에 대한 관심이 있었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멜의 저술에는 조선사회를 "이교도의 사회"로 묘사하는데서 이를 쉽게 추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견해로 여기에서 특히 군사적인 부문에서 조선사회의 특성을 대표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멜의 저술에서 조선의 행정제도는 이른바 "중앙집권화"가 상당한 수준까지 진척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국왕.)이 병력현황을 상시적으로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 [1] 및 암행어사가 상시적으로 지방행정을 감시하여 중앙에 보고한 사실이 언급되어 있는데, [2] 우선 "행정제도의 측면"에서 조선사회가 그 시대를 기준으로 상당히 치밀하게 조직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런 행정제도를 뒷바침할 "기술적 측면"(교통, 통신, 기계, 토목, 건축 등.)이 전척되지 못했는데, 조선사회의 이런 "기술영역의 등한시"의 현상이 결국 이론적으로 정교한 행정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18세기경 조선사회의 실학자 정약용이 당시 조선사회에서 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미비함을 지적한 데서 [3] 역시 확인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래의 부분은 『하멜표류기』의 군사 영역에 대한 설명으로써, "화악과 탄환의 무장을 철저하게 관리"한 행정적 제도와는 다르게 "화약과 탄약을 당사자가 직접 마련해야 하는" 현실을 언급한 것으로써, 이론적인 행정제도에 치중하고 기술적 측면(화약과 탄약의 대량생산기술.)이 미비했던 조선사회를 대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략)
철판과 뿔이 달린 투구와 갑옷을 입은 병사들도 있다. 이들은 화승총과 칼, 단창* 으로 무장하고 있다. 대장들은 활과 화살로 무장하고 있다.

모든 병사들은 화약과 50발분의 총탄을 자비自費로 부담하며, 반드시 그것들을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 우리가 서울에서 복무 중일 때 충분한 화약을 소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볼기를 까고 다섯 대를 맞았다.(스티히터 판) [4]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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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헨드릭 하멜 저, 김태진 역, 2003,『하멜표류기』, 초판14쇄, (파주:서해문집, 2018). p.111.
[2] 같은 서적. p.114.
[3] 김영식, 『정약용의 문제들』(서울:혜안, 2014). p.160.
[4] 헨드릭 하멜 저, 김태진 역, 2003,『하멜표류기』, 초판14쇄, (파주:서해문집, 2018). p.112.